‘자연, 동물, 여성’ 약한자를 향한 폭력과 기후위기
문형욱(기후위기기독인연대)
이미지 출처 : canva
얼마전 강남역 인근에서 또 여성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교제 중이던 여성이 이별통보를 하자 준비해온 흉기로 살해한 계획된 교제살인 이었다.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데이트 폭력은 근본적으로 타인을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왜곡된 욕망으로부터 시작된다. 통제되지 않는 경우에 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 이것은 이 시대에 만연한 폭력의 일부를 보여준다.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것은 비단 타인 뿐만이 아니다. 소유를 주장할 수 없는 자연에 소유권을 주장하고 소유를 주장해선 안되는 동물에 소유를 주장한다. 그 소유는 산과 땅과 바다를 황폐화 시키고, 비인간존재는 죽이고, 먹고, 입는다.
힘없는 이들을 향한 소유와 착취
인간의 소유욕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수단은 바로 값을 매기는 것이다. 값을 매김으로써 소유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다.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던 사기 사건은 자연에 소유권을 주장하며 팔아먹었던 대표적인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 재현되고 있다. 지리산의 물을, 제주도의 물을, 백두산의 물을 도시의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다국적기업 네슬레는 전 세계의 물을 찾아다니며 팔아먹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말 못하고 힘 없는 자연을 팔아먹는다.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 판 샘물과 지하수는 원래 있던 곳의 생태계를 벗어나 물이 고갈되고 샘과 지하수에 의존하던 마을과 생태계가 파괴된다.
물 뿐만이 아니라 숲도 동물도 팔아먹는다. 아마존의 숲은 농축산업 부지로 활용되기 위해 불타고, 잘려나가고 이미 2021년 브라질국립우주연구소(INPE)는 아마존 남동부지역이 탄소저장 능력을 상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부산 가덕도, 전북 수라갯벌, 제주 강정마을은 공항을 짓기 위해 과정을 무시해가며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다. 그 땅에 버젓이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동물 중 가축은 평생을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자연과 단절된다. 살아있는 존재로 누려야 할 자유를 빼앗긴다. 제 수명을 다 살지 못하고 짧게는 한달(닭)에서 2년(소)이면 죽임 당해 고기가 되어 팔려간다. 야생동물은 박제되어 전시로, 약으로, 옷으로 높은 값이 매겨져 죽임 당한다. 그 과정에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과 보장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사회 아래에서 교육받지 못하고, 가사일을 강요당해왔다. 최근 여성의 권리가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남성의 여성을 향한 데이트 폭력이 끊이지 않고있다.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대상도 자신을 분노하게 한 대상이 아닌 자신 보다 힘 없는 여성이다. 여전히 여성들이 폭력에서 안전한 사회가 아니다.
오랜 시간 돈 앞에 힘 없는 이들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팔아먹었던 자본주의는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ipcc 6차 보고서에서는 기후위기는 인간의 산업활동 때문임이 명백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산업 활동 과정에서 탄소가 발한다. 산업활동은 단순히 노동자들이 돈을 더 많이 벌고 가계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만이 아닌 그 과정에서 힘이 없는 생태계와 동물과 여성의 권리가 없는 것 처럼 착취해온 과정이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착취를 기반으로한 산업활동을 용인하고 착취를 기반으로 한 삶의 모양을 만들어왔다.
권리를 위한 투쟁
이미지 출처 : (왼쪽)황거누이강_경향신문, (오른쪽)남방큰돌고래_핫핑크돌핀스
그렇게 착취 당해온 이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여러 투쟁들이 있다. 에콰도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에서 자연과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황거누이 강(Whanganui River)에 법인격을 부여했다. 마오리족의 160년 간의 투쟁을 통해서였다. 우리나라는 제주도에서 남방돌고래 법인격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법인격이 부여되면 자연과 동물도 사람과 같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소유와 착취의 구조 속에서 동물들을 구조해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운동이 있다. 새벽이생추어리는 돼지 새벽이와 잔디를, 동물해방물결에서는 다섯 소 머위, 메밀이, 부들이, 엉이, 창포를 위한 보금자리를 운영하고 있다. 페미니즘 운동의 다양한 갈래들은 가부장제 아래 착취 당하고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에코페미니즘은 여성의 몸과 권리를 기후위기와 연결지어 권리를 주장한다.
동물권 운동, 생태 운동, 페미니즘/에코페미니즘 운동은 착취로 부터 벗어나 한 인격으로 안전하고 존중받기 위한 권리의 투쟁이다. 기후위기를 넘어 근본적으로 착취와 불평등이 끝나는 기후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권리 투쟁이 필연적이다.
우리는 착취가 익숙하고 당연한 사회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인격을 형성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해결 과정에서 착취와 불평등을 그대로 두고 기술적인 해법만을 언급하더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인지하기 어렵다. 다른 불평등한 것은 둘째치고 우선 기후위기부터 해결하자는 것이 타당해 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근본적인 착취와 불평등을 끝내지 않고 기술적인 해법으로만 극복한 사회에서는 결국 약한자를 향해가는 폭력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 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 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이사야 11장 6절)
이사야가 그리는 하나님 나라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과 어린아이가 함께 살고 눕고 함께 먹는데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누구도 서로를 착취하지 않고 팔아먹지 않고 함께 풀을 뜯어먹는다. 더 많이 벌기 위해 소유하고 착취하는 산업사회의 구조와는 다른 모양이다. 힘 있는 육식 동물이 맛있는 고기를 배불리 먹기위해 서로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풀을 뜯어먹는다. 각자의 존재와 권리가 인정되고 친구가 되어 함께 눕는다.
소유와 착취가 여전히 작동하는 현실 속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와 공장식 축산, 전세계의 생태학살과 투쟁을 바라보며 잠시 하나님 나라를 생각해본다.
○ 참고
[한겨레]교제살인 또 발생했지만…‘친밀 관계의 폭력’ 대응책 없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39925.html
[한국일보]농장동물들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12121420888914
[단비뉴스]‘블루카본’ 갯벌을 신공항으로 덮으려는 정치
https://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25
[경향]‘명백히 인간에 의한’ 전례없는 기후변화…곧 1.5도 상승 가능성↑
https://m.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108091700001#c2b
[경향]‘황거누이강을 사람으로 대하라’
https://m.khan.co.kr/world/asia-australia/article/201703161712001#c2b
[제주의소리] 제주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제도화를 기대하며
http://hotpinkdolphins.org/?p=28856
[KBS 1TV] 특집 다큐 '나의 친구, 다섯 들풀'
https://youtu.be/8kReySAFNvE?si=vfBxDNWWdCLf9Ujz
새벽이생추어리 홈페이지
https://www.dawnsanctuary.kr
‘자연, 동물, 여성’ 약한자를 향한 폭력과 기후위기
문형욱(기후위기기독인연대)
이미지 출처 : canva
얼마전 강남역 인근에서 또 여성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교제 중이던 여성이 이별통보를 하자 준비해온 흉기로 살해한 계획된 교제살인 이었다.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데이트 폭력은 근본적으로 타인을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왜곡된 욕망으로부터 시작된다. 통제되지 않는 경우에 타인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 이것은 이 시대에 만연한 폭력의 일부를 보여준다.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것은 비단 타인 뿐만이 아니다. 소유를 주장할 수 없는 자연에 소유권을 주장하고 소유를 주장해선 안되는 동물에 소유를 주장한다. 그 소유는 산과 땅과 바다를 황폐화 시키고, 비인간존재는 죽이고, 먹고, 입는다.
힘없는 이들을 향한 소유와 착취
인간의 소유욕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수단은 바로 값을 매기는 것이다. 값을 매김으로써 소유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다. 가져서는 안 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았던 사기 사건은 자연에 소유권을 주장하며 팔아먹었던 대표적인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 재현되고 있다. 지리산의 물을, 제주도의 물을, 백두산의 물을 도시의 사람들에게 판매한다. 다국적기업 네슬레는 전 세계의 물을 찾아다니며 팔아먹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말 못하고 힘 없는 자연을 팔아먹는다. 그들이 돈을 벌기 위해 판 샘물과 지하수는 원래 있던 곳의 생태계를 벗어나 물이 고갈되고 샘과 지하수에 의존하던 마을과 생태계가 파괴된다.
물 뿐만이 아니라 숲도 동물도 팔아먹는다. 아마존의 숲은 농축산업 부지로 활용되기 위해 불타고, 잘려나가고 이미 2021년 브라질국립우주연구소(INPE)는 아마존 남동부지역이 탄소저장 능력을 상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부산 가덕도, 전북 수라갯벌, 제주 강정마을은 공항을 짓기 위해 과정을 무시해가며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다. 그 땅에 버젓이 살아가고 있는 생명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동물 중 가축은 평생을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자연과 단절된다. 살아있는 존재로 누려야 할 자유를 빼앗긴다. 제 수명을 다 살지 못하고 짧게는 한달(닭)에서 2년(소)이면 죽임 당해 고기가 되어 팔려간다. 야생동물은 박제되어 전시로, 약으로, 옷으로 높은 값이 매겨져 죽임 당한다. 그 과정에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과 보장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사회 아래에서 교육받지 못하고, 가사일을 강요당해왔다. 최근 여성의 권리가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남성의 여성을 향한 데이트 폭력이 끊이지 않고있다.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대상도 자신을 분노하게 한 대상이 아닌 자신 보다 힘 없는 여성이다. 여전히 여성들이 폭력에서 안전한 사회가 아니다.
오랜 시간 돈 앞에 힘 없는 이들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팔아먹었던 자본주의는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ipcc 6차 보고서에서는 기후위기는 인간의 산업활동 때문임이 명백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산업 활동 과정에서 탄소가 발한다. 산업활동은 단순히 노동자들이 돈을 더 많이 벌고 가계 소득 수준이 높아진 것만이 아닌 그 과정에서 힘이 없는 생태계와 동물과 여성의 권리가 없는 것 처럼 착취해온 과정이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착취를 기반으로한 산업활동을 용인하고 착취를 기반으로 한 삶의 모양을 만들어왔다.
권리를 위한 투쟁
이미지 출처 : (왼쪽)황거누이강_경향신문, (오른쪽)남방큰돌고래_핫핑크돌핀스
그렇게 착취 당해온 이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여러 투쟁들이 있다. 에콰도르,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뉴질랜드 등 여러 국가에서 자연과 동물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황거누이 강(Whanganui River)에 법인격을 부여했다. 마오리족의 160년 간의 투쟁을 통해서였다. 우리나라는 제주도에서 남방돌고래 법인격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법인격이 부여되면 자연과 동물도 사람과 같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소유와 착취의 구조 속에서 동물들을 구조해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운동이 있다. 새벽이생추어리는 돼지 새벽이와 잔디를, 동물해방물결에서는 다섯 소 머위, 메밀이, 부들이, 엉이, 창포를 위한 보금자리를 운영하고 있다. 페미니즘 운동의 다양한 갈래들은 가부장제 아래 착취 당하고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에코페미니즘은 여성의 몸과 권리를 기후위기와 연결지어 권리를 주장한다.
동물권 운동, 생태 운동, 페미니즘/에코페미니즘 운동은 착취로 부터 벗어나 한 인격으로 안전하고 존중받기 위한 권리의 투쟁이다. 기후위기를 넘어 근본적으로 착취와 불평등이 끝나는 기후정의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각자의 권리 투쟁이 필연적이다.
우리는 착취가 익숙하고 당연한 사회에서 태어나 성장하고 인격을 형성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해결 과정에서 착취와 불평등을 그대로 두고 기술적인 해법만을 언급하더라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인지하기 어렵다. 다른 불평등한 것은 둘째치고 우선 기후위기부터 해결하자는 것이 타당해 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근본적인 착취와 불평등을 끝내지 않고 기술적인 해법으로만 극복한 사회에서는 결국 약한자를 향해가는 폭력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 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 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이사야 11장 6절)
이사야가 그리는 하나님 나라는 육식동물과 초식동물과 어린아이가 함께 살고 눕고 함께 먹는데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르지 않는다. 누구도 서로를 착취하지 않고 팔아먹지 않고 함께 풀을 뜯어먹는다. 더 많이 벌기 위해 소유하고 착취하는 산업사회의 구조와는 다른 모양이다. 힘 있는 육식 동물이 맛있는 고기를 배불리 먹기위해 서로 잡아먹는 것이 아니라 풀을 뜯어먹는다. 각자의 존재와 권리가 인정되고 친구가 되어 함께 눕는다.
소유와 착취가 여전히 작동하는 현실 속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와 공장식 축산, 전세계의 생태학살과 투쟁을 바라보며 잠시 하나님 나라를 생각해본다.
○ 참고
[한겨레]교제살인 또 발생했지만…‘친밀 관계의 폭력’ 대응책 없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39925.html
[한국일보]농장동물들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612121420888914
[단비뉴스]‘블루카본’ 갯벌을 신공항으로 덮으려는 정치
https://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125
[경향]‘명백히 인간에 의한’ 전례없는 기후변화…곧 1.5도 상승 가능성↑
https://m.khan.co.kr/environment/climate/article/202108091700001#c2b
[경향]‘황거누이강을 사람으로 대하라’
https://m.khan.co.kr/world/asia-australia/article/201703161712001#c2b
[제주의소리] 제주남방큰돌고래 생태법인 제도화를 기대하며
http://hotpinkdolphins.org/?p=28856
[KBS 1TV] 특집 다큐 '나의 친구, 다섯 들풀'
https://youtu.be/8kReySAFNvE?si=vfBxDNWWdCLf9Ujz
새벽이생추어리 홈페이지
https://www.dawnsanctu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