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탈성장이 발견한 예술작품들[미술편1] 알리자 엘리아자로프(Aliza Eliazarov) “Waste Not”

관리자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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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는 잡지 <1.5°C>에서 많은 영감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귀하고 멋진 작품들 많이 소개해주셔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앞으로 연재 될 본 글에서는 기후위기를 다루는 예술작품들, 구체적으로는 미술, 음악, 문학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대체로 탈성장의 관점을 담은 작품들이 많은 편이라 위와 같이 제목을 붙여 보았습니다. 우선 간단하게 작년과 올해를 전망하며 시작하겠습니다. 모든 작품의 링크를 달지는 못했으니, 궁금하신 작품은 검색해보시면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 2023년 주요 작품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의 여파는 현재진행형이고, 계속되는 러-우 전쟁과 최근의 일방적 이-팔 전쟁이 문화예술계의 전반적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 올해는 역사상 가장 뜨거운 지구평균기온 기록을 세웠고, 해류순환이 이번 세기 내에 멈춰버려 빙하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엄청난 내용의 연구도 발표되었다. 남극 빙상 본체를 떠받치는 ‘스웨이츠 빙하’(종말의 빙하)가 곧 떨어져 나갈 것이란 기사 등을 보며, 기후재앙의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다가옴을 느꼈다. 누구보다 감각적으로 예민한 예술인들은 이에 반응하며 여러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공공 영역에서 “국립극단은 동시대적 화두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2022년 ‘기후위기와 예술’로 창작극 주제를 설정하고 이 주제에 맞춰 작품을 개발”했는데, 2022년 <기후비상사태:리허설>을 시작으로, 2023년 '당신에게 닿는 길', '스고파라갈'이 대표적 작품이다.

민간에서는 “연극, 다원예술, 시각예술, 영화, 영상, 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기획자, 리서처들이 함께 기후변화에 대해 탐구하며 막연한 거대 담론을 우리의 삶 속에 구체화하며, 예술적 실천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예술텃밭 예술가 레지던시-기후변화> 활동이 인상적이었다.

 

개별 작품으로는 구글·나사와 협업하여 과학기술을 접목한 KAIST 강이연 산업디자인학과 교수팀의 '패시지 오브 워터'(Passage of Water) 라는 담수의 중요성을 알린 독특한 작품도 있었다.

또한 “모두를 위한 기후예술학교”라는 ‘기후예술학교’라는 첫 시도도 눈에 띄었는데, 뮤지션과 연극인이 만든 ‘기후송과 함께하는 생태낭독극’, 그림책 작가와 시각예술작가가 만든 ‘플라스틱 섬에서의 하루’라는 예술과 교육을 융합하는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https://blog.naver.com/eefari/223186987464
https://youtu.be/WOiG_zDAEXk?si=A-0Ooy20-GXgtm9S (2023 모두를 위한 글로컬 환경교육 포럼 4회차)


■ 2024년 전망

2023년 11월 초,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4년 세계 경제 전망의 핵심 실마리로 ‘선거’를 꼽으며, “2024년 사상 최초로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0억 명 이상이 투표소로 향한다.”고 했을 정도로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격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중국의 세력확장 및 미국과의 갈등, 인도-태평양 안보 정세의 변화,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전 세계적 정치우경화 및 극우화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복수, 폭력 소재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전반적인 문화가 이런 정서를 반영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기후위기가 해가 다르게 심각해짐에 따라 더욱 비판적이고 직설적 표현방식의 예술작품들이 등장할 수 있고, 문화흐름도 이에 동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미술 작품들부터 살펴보도록 한다. 

 

1. 기후위기와 미술


■ 배치를 바꾸자 살아나다

- 알리자 엘리아자로프(Aliza Eliazarov) : “Waste Not”


● Waste Not

(뉴욕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흠 있어 보이지만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재료와 음식을 찾아내 세팅하고 사진으로 기록한 것)


(메종 프리미어 레스토랑에서 구조된 굴 껍질 억만 개 프로젝트)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의 유통시설 쓰레기통에서 구조된 신선한 주스와 스무디)

https://slate.com/culture/2016/08/aliza-eliazarov-photographs-salvaged-food-in-her-series-waste-not.html


이게 버려진 쓰레기라고? 뉴욕의 길거리를 돌며 충분히 먹을만한 물건들을 찾아 새롭게 배치한 이 작품은 우리가 매일같이 엄청난 양의 음식쓰레기를 버리고 있음을 고발하고 있다.

작가는 80년대 ‘프리건’운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필요한 물건은 물물교환으로, 옷은 쓰레기통에서, 식사는 버려진 음식으로 해결했다는 프리건들의 모습은 꽤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40%가량의 음식이 버려지고, 8명 중 1명은 굶주리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더 충격적이지 않은가?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3억 톤의 식량이 낭비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이 소비하기 위해 생산되는 모든 음식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의 값어치는 2조 6천억 달러(약 2880조 원)에 이르며, 이는 지구상에서 굶주리는 815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1년 치 식량을 4번씩 주고도 남는 양이다.)
https://www.noononda.com/news/810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음식물쓰레기의 비율이 8.2%. 이미 십 여 년 전 통계임에도 매우 높다.)


최근 극단적으로 지출을 줄이고 냉장고에 오래 묵혀둔 식재료를 꺼내 끼니를 해결하려는 ‘무지출 챌린지’가 뜨고 있다는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와 맞물려 생겨난 새로운 소비문화란 점이 씁쓸하기도 하다. 이는 21세기 버전의 프리건 운동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리건 운동가들과 무지출 도전자들은 어쩌면 극단적 반소비주의자라기보다는 종말로 가는 성장주의의 미래를 예고한 ‘예언자’들은 아니었을까, ‘급진적 탈성장주의자’들은 아니었을까. 


또한 이 작품들은 버려져서 비가시화 된 물체를 새롭게 배치하여 가시화 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기후환경실천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으려면 우리의 배치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탄소를 뿜어대는 물건들도, ‘성장주의’ 언어를 쏟아내는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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